창고에서의 일과
올 해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다.
작년에 그렇게 가물더니 한 풀이를 하나보다.
비가 한 번 내리면 비의 양에 따라서 3일에서 5일정도 공사를 하지 못한다. 땅이 질척거려서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이 걸어다니며 작업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공정이 예정했던 것보다 근 한 달가량 늦어지고 있다.
특별한 마무리가 없고, 바닥공사도 없는 창고가 먼저 만들어졌다.
그간 집을 오가며 차에 실어 날라온 집들이 친구의 컨테이너에 쌓여 있다가 창고로 이주를 했다.
예전에 아이들과 캠핑을 하면서 모아 두었던 장비들이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여러 공정의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다.
날씨와 장비와 인력들의 수급이 잘 맞아야 한다.
아침에 기사식당에서 홍어회와 돼지불고기가 곁들여진 팔천원짜리 백반을 먹고 창고로 출근을 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주유소 사장님께 인사를 먼저 드리는데, 항상 커피믹스 한 잔을 타 주신다.
건축에 대한 구상, 작목에 대한 구상, 목공에 대한 구상 등등이 쉴 새 없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친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작업자들을 돕기도 하고,
밭에 나가 살아남은 몇 안되는 작물들을 돌보기도 하고,
더디게 읽히고 있는 책을 보기도 하고,
야전 침대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무식한 도시 놈이 복합비료를 많이 주면 좋은줄 알고, 듬뿍 뿌리고 작물을 심어가지고선 숱한 모종이 말라 죽어 버렸다. 가슴이 미어진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볼 때 만큼이나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무료하지 않다는 것일테니.